입사 첫 날, 나의 업무 담당자 될 분(선배)과 여기 저기 인사를 드리느라 오전을 다 보냈었다.

인사를 드릴 때 마다 다들 한소리로 말했다. "좋은 사람이랑 같이 일하는 줄 알라고." "부럽다. 복인 줄 알아요!"

얼마나 괜찮은 사람이면 다들 이렇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지.. 옆에서 듣고있자니 조금 민망할 정도였다.

 

약 7개월이 흐르고 정확히는 12월 3일.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이 선배를 칭찬했던 사람들을 속으로 욕했다.

당시 우리 팀은 세명의 구성원으로 돌아가고 있었는데, (선배(=차장)-> 내 또래의 선배-> 그리고 나)

업무 지시사항을 항상 내 윗선배에게만 전하고, 정작 나는 전달받지 못하는 경우가 수두룩했다.

혹 언짢으실까 문자로 말씀드렸다. '어렵지 않으시다면 저한테도 전달해주시면 업무에 도움이 될것 같다.'

드렸지만 알겠다고만 하시고는 전혀 변하시는게 없으셨다. 약 7개월 동안이나 그 상황이 반복됐고

업무상, 일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하면 그 날 하루 일은 완전 엉망으로 돌아간다. 그 탓은 결국 나한테 돌아오고...

굉장히 기분 나쁘고 몹시 속상했다. '사람도 셋 밖에 안되는 팀에서 그게 그리 어려운 일인가? 나를 무시하나?'

하는 생각에 아예 대놓고 말씀을 드렸다. "기분 나쁘다고."

약간의 언성이 오가고. 앙금과 오해만 쌓인채로 지금까지 왔다. 지금은 말도 잘 안섞지만 그 기분은 그대로다.

그 날 일은 가끔 친구한테 털어놓는데 (이 뒷담화에 약간은 동조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) 친구는 "너한테 일 안시키면 좋은 거 아냐? 그냥 너도 무시해버려" 하며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얘기한다.

'으휴... 친구야.. 그게 그거가 아니다.. 직접 당해봐야 알지... 저 사람 진짜 별로라고~!'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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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가오는 5월이면 이 회사에서 일한지 1년이 된다.

학교다닐 때만 해도 파견직이 뭔지 몰랐는데,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 직급이 될 줄이야...

한 회사에 소속되어 또 다른 회사에서 일한다라.... 참 이상한 구조다.

생활하면서도 문득 서슬퍼렇게 다가오는 파견직 신분의 굴레는 '사회생활 쉽지 않다'는걸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다.

다 쓰면 바꾸는 소모품같은 1년이었지만, 그래도 뭔가 '미래엔 이 경험이 도움될 거야'하면서 근근히 버티고 있다.

남은 1년도 크게 다를 것 같지 않아서 걱정이다.

어떻게 다르게 만들 수 있을까?

Posted by 쎄너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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